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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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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356회 작성일 23-06-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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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

윤복순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읽었다. 대부분은 지인한테서 받은 수필집이나 산문집이나 시집이다. 딸이 보내준 책속에 제목도 근사한 가제가 노래하는 곳이 있다. 제목만 보고 꽤 낭만적일 거라 생각했다.

주인공 카야는 아주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다. 아빠 엄마 언니 오빠들과 같이 살았지만 아빠의 음주폭력으로 하나하나 집을 떠나고, 노스캐롤라이나 해안 습지대의 판자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맨 마지막으로 아빠까지 떠났을 땐 카야 나이 겨우 여덟 살이었다.

카야는 글도 모르고 숫자도 29 다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물론 돈도 계산할 줄 모른다. 이렇게 어린 아이가 어떻게 혼자서 살아갈까. 어른들이 말했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게 되어 있다고. 이 말은 어른들에게만 적용되는 줄 알았는데 카야에게도 해당되었다.

습지에서 떨어진 동네 사람들이 그녀를 마시걸(marsh girl)이라 깔보고 무시하고 손가락질 하고 괴물 취급하고 행여나 만나면 재수 없다 욕을 한다. 점핑 아저씨 내외만 이 아이에게 친절하다. 배에 기름을 넣으러 점핑 가게에 가고, 자라면서 입을 수 있는 옷을 점핑아주머니에게서 받기도 한다. 뭐든지 상의할 수 있는 든든한 백이다. 그들 덕분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학교 선생님이 습지로 찾아와 학교에 갔는데 카야는 한 번도 반듯하게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도 몰라 학교생활이 맞지 않아 학교는 그날 딱 하루 가고 끝이다. 집을 나간 엄마가 편지를 보냈는데 글을 몰라 아빠가 볼 수 있게 놔뒀다. 아빠가 편지를 불에 태워버린다. 카야는 그 재를 고이 모아 평생을 간직한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습지에 날아오는 새들을 관찰하고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다. 어느 때 어떤 새가 오고 계절에 따라 깃털 색이 어떻게 변하고 밀물 썰물에 따라 어느 종류의 새들이 습지에 오는지 기온에 따라 먼 곳에서 오는 새는 무엇인지 그 새들을 관찰하는 재미로 산다. 글을 모르니 그림으로 그려 놓는다.

해변 습지엔 홍합이 많다. 그걸 잡아 생활한다. 홍합은 생물이라서 그날그날 쓸 만큼만 사는데 선착순으로 산다. 매일 일찍 도착하기 위해 늦은 밤에 새벽에 홍합을 잡으러 나간다. 또 생선을 잡아 팔기도 한다. 그 돈으로 식량을 사고 물감을 산다. 이 모든 것은 점핑아저씨가 도와준다.

어느 날 문 앞에 생전 처음 보는 깃털을 조그만 돌로 눌러 놓은 것을 발견한다. 집에 오는 사람이라곤 없는데 누가 왔다갔을까. 여러 날 다른 깃털을 놓고 가곤 한다. 얼마 후 카야도 그곳에 가장 아끼는 깃털을 놔뒀다. 다시 오면 만나보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전엔 집에 누가 오는 기척이 느껴지면 습지의 나무 뒤로 숨곤 했었다.

테이트는 습지생태에 아주 관심이 많은 학생이다. 취미가 같기에 둘이는 바로 친해진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도서관에서 습지 조류 및 조개류에 관한 책을 빌려다 준다. 둘이는 친 남매처럼 사이가 좋다. 카야의 학습능력이 좋아 시도 가르쳐 주고 시집도 준다. 카야가 자라 첫 생리 날도 지켜봐 주고 알려 준 것도 테이트다.

둘이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테이트는 습지생태에 관한 대학에 들어가고, 꼭 찾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카야는 모두는 자기를 떠나가는 운명이라고 체념하지만 외로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테이트의 빈자리가 가족들이 다 떠났을 때만큼이나 커 갈 때 마을의 킹카인 체이스가 소풍을 가자며 데이트 신청을 한다. 카야는 집 주변 외는 가본 곳이 없고 피크닉이란 것도 처음이다.

체이스는 호기심으로 카야를 탐하려하지만 그녀가 반대하니 의견을 존중해 준다.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을 때 카야에게 결혼하자 하고 결혼하면 같이 살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 거라 설명한다. 둘이는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고 첫날밤을 보낸다. 그 뒤로 매일 카야를 찾아오지만 크리스마스 축제 때는 데리고 가지 않고 친구나 부모에게 소개하지도 않는다.

마을로 배에 기름을 넣으러 갔다가 동네신문에서 체이스가 동네의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기사와 사진을 보게 된다. 그걸 모르는 체이스가 카야의 몸을 탐하려 할 때 배신감에 분노가 이글거려 도망가지만 온몸이 피와 멍투성이 되도록 폭행을 당한다. 카야는 아버지의 폭력 트라우마가 있다. 엄마가 왜 집을 나갔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날 이후 이해가 되었다.

체이스의 시체가 발견되고 카야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다. 사건 현장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과연 카야가 범인일까. 사건이 있던 날 카야는 조류에 관한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 편집자를 만나러 다른 도시에 갔고 12일 일정이었다. 야간에 마을로 오는 버스가 있고 그 차가 다시 돌아가는 시간과는 20분의 여유가 있다.

습지의 어부들은 그날 밤 그 시간에 그곳 주변에서 카야의 배를 보았다고 하고, 카야가 묵은 호텔 주인은 카야가 그날 밤 호텔을 나간 적이 없다고 한다. 야간버스 기사는 키가 카야 비슷한 사람이 마을에서 내렸는데 남자였고 도시로 돌아갈 때는 여자가 한 명 탔다고 한다. 법정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카야가 체이스에게 만들어 줘 매일 차고 다니던 조개껍질 목걸이가 시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망루에 문이 있는데 그 문이 열려 있었다. 누군가 망루에서 밀어뜨렸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 깜깜한 밤에 20여분의 시간에 정류장에서 망루까지 가서 살인을 하고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버스를 타기엔 시간이 엄청 부족하다. 습지 전문가들은 이안류(離岸流)의 조류에선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소설은 1952년 카야의 집과 가족 얘기가 나오다 1969년 체이스의 사체가 발견 되는 얘기가 나오는 이중 구조이다. 어린 카야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카야의 성장 소설인줄 알았는데 체이스의 살인 미스터리 법정 드라마다.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카야는 풀려났다. 테이트는 대학 졸업 후 박사가 되어 습지 연구원으로 돌아왔다. 많은 시간을 사과하고 카야가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와 준 사람도 테이트다. 둘이는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결혼을 한다. 결혼 뒤에도 카야는 조류 조개류 버섯 등 책을 내고 이 책들이 모두 자연과학의 베스트셀러가 된다.

카야가 죽고 테이트가 집안 정리를 하다 보니, 먼지투성이의 낡은 마분지 상자 안에서 체이스가 차고 다녔던 조개껍질 목걸이가 발견 된다.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동물학을 전공하고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했다. 이런 경험이 습지의 야생동물에 관한 지식들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수사력이 뛰어난 문장들로 책에 빨려 들어갔다.

카야는 절대 고독을 잘 이겨내고 조류학자로 시인으로 자랐다, 만약 내가 카야 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 나이 때 나는 어떠했지 뒤돌아보았다.

2023.6.6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최근에 장편소설을 완독한 일이 없는데 선생님이 요약하신 내용을 통해 저도 장편소설을 읽은 셈인가요? "카야"에 대한 얘기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화에 처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