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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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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342회 작성일 23-07-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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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윤복순

 

작년에 이어 지리산 숲 체험이다. ‘숲 치유라는 말을 처음 도입하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반인을 초청한 사람이다. 그 사람이 전국 공모전에 도전을 했고 최고의 평가를 받아 자금이 확보 되고, 그 돈으로 사회적 약자와 봉사단체 회원들을 무료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줬다.

한 사람의 선한 생각이 이처럼 여러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큰 나무 덕은 못 봐도 큰 사람 덕은 본다.” 지리산이 남원에 걸쳐있고 전북이니 전북인인 내가 덕을 본다.

지리산 숲속에 있으니 일단 눈이 편하다. 약국에선 신문보기부터 시작하여 휴대폰 컴퓨터, 불경 쓰기 일본어 공부 책읽기 등등 눈이 쉴 수 없는데 녹색을 보고 있으니 눈이 좋아났다. 피부도 에어컨 공기가 아닌 숲속이니 뽀송뽀송 살아난다. 코도 숨쉬기 좋다고 룰루랄라다. 크게 심호흡을 해 본다. 귀도 새소리 바람소리에 슬금슬금 깨어난다. 이것이 바로 숲 치유다.

말 사면 종도 사고 싶다.’고 했던가. 어릴 때 여름엔 마당에 쑥 모깃불을 펴놓고 어른들은 평상에 애들은 멍석에 누워 하늘의 은하수를 원 없이 보았었다. 여름밤에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지리산에서 어릴 때 보았던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보고 싶다. 이곳 프로그램에 12일짜리도 있다고 한다. 지리산 숲속에서 별들을 보면서 순수한 동심을 가져 보고 싶다.

오후엔 이 프로그램과 연계한 옹치마을 강정체험이다. 이 마을의 이장님이 동네에 태극기를 달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늘어나게 되었고 어느새 태극기 마을이 되었다. 이 소문 덕분에 이 마을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온 동네 사람들의 합심사업인 들깨강정 튀밥강정 등 농촌 특산물을 이용한 부락 공동사업이다. 우리 회원들도 체험을 했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도 많이 만들었다. 설날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조청을 고고 넓적하고 네모반듯한 부수게(한과)를 만들었다. 쌀 튀밥과 콩 참깨 들깨강정도 만들었다. 쌀강정은 나무로 만든 판이 있어 그곳에 넣어 얇게 편 다음 판 뒤를 톡톡 때려 방바닥에 널어 말렸다. 어머니가 하는 것만 봤지 내가 직접 해 본 적은 없다.

우리 할머니는 근동에서 나이가 제일 많아 설날이면 정월 한 달 내내 세배객이 이어졌다. 부수게고 강정이고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오늘 그 체험을 한다. 이곳에선 조청 대신 물엿을 쓴다. 물엿을 비빔기에 넣고 끊인다. 보글보글 끊으면 들깨 땅콩을 넣고 섞는다. 잘 섞이면 밑판기에서 골고루 편다. 이때 뜨거워 조심해야 하고 위생장갑에 물을 묻혀 손으로 살살 편 다음 방망이로 밀어 두께를 일정하게 한다. 이걸 자르는 기계에 넣어 자른 후 말려준다. 41조가 되어 만들었고 기념으로 가지고 왔다.

한 사람의 조그만 생각과 실천이 온 동네가 단합하고 소득을 올리게 되었다. 또 울진의 매화마을과 자매결연까지 되어 서로 교류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농촌이 고령화 되어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는데 마을 사람들이 공동사업으로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농촌이 노인이 건강해 질 수 있다.

마지막은 모자이크 마을 탐방이다. 요즘 시골은 빈집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마을이 황폐화 되는 것은 물론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Y선생이 퇴직 후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현직에 있을 때 취미생활로 모은 수석을 가지고 왔다. 허름한 동네 고샅길에 벽화를 그려 새 동네를 만들 듯 수석으로 말 소 낙타 기린 돌고래 토끼 등등을 당신 담에 돌을 하나하나 붙여 모자이크를 했다.

다음에 이장 집 벽에도 했다. 이렇게 동네가 살아났다. 남원시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어 보조금을 받아 동네 앞 시냇가도 정비하고 주차장도 만들고 더 많은 모자이크 작품이 만들어질 거라고 한다.

모든 작품은 자연석이다. 처음엔 벽에 밑그림을 그려놓고 돌을 붙였는데 지금은 돌을 보면 이건 어디에 쓰고 무슨 그림을 그릴지 머릿속에서 척척 구상이 된다고 한다.

동물들 그림이 단순한 그림이 아니고 동네에서 있었던 큰 소 이야기,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이야기 등을 스토리텔링 했다고 하니 더욱 더 의미가 있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마을을 아름답게 하고 동네를 살린다. 많은 단체들이 동네구경을 온다고 한다.

오래된 벽에 무거운 돌을 무수히 붙여 놓으면 담이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고샅길에 그린 벽화도 시간이 지나 색이 바라면 보기 흉해졌었는데 이 돌 모자이크도 벽이 무너지지 않을까?

숲 치유사 한 사람의 나비효과가 남원 지리산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체험마을에 들러 체험하게 하고 관광하게 하고 경제를 활성 시킨다.


9월 한일국제교류를 통한 한국문화 얼 전파체험으로 일본에 간다. 이 모임을 이끌어주는 회장님도 맨 땅에서 시작해 올해 13주년을 맞았다. 민간사업으로는 아주 잘 되어 도에서 예산도 지원받는다. 덕분에 나도 일본인 친구가 생겼고 그 집에서 민박을 하며 그들과 생활을 같이 해 봤고 일본 문화 체험도 여러 가지 해 본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일본어도 배운다.

어느 해 겨울 백운산에 갔었다. 등산로에 눈이 쌓여 길인지 계곡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올라갈 때 더듬더듬 길을 찾아 만들며 올랐다. 몇 배는 더 힘이 들고 시행착오도 있었다. 내려 올 때는 그 발자국이 있어 쉬웠다.

선구자는 새 길을 내는 사람이다. 이들 덕분에 뒤따르는 우리는 편안하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다. 나는 누구에게 단 한번이라도 선한 영향력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2023.6.22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지리산의 숲체험, 옹치마을의 강정 체험, 모자이크 마을 탐방 등 하시모 모습 실로 닮고 싶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서 김구 선생님이 애송하셨다는 답설(踏雪)이 떠올랐습니다.

踏雪野中去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어지러이 함부로 가지마라)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걸어간 발지취는)
遂作後人程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