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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이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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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2건 조회 369회 작성일 23-07-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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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

윤복순

 

비가 예보되었었다. 5월 한 달 내내 밭에서 일만 했다. 6월도 첫째 주는 일하고 둘째 주는 합창연습 하러가고 셋째 주는 연수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넷째 주, 밭일 급한 불은 껐다. 특히 남편이 50여 일 동안 쉬는 날이 없었다.

비가 오든 말든 콧바람을 쐬러 나갔다. 집을 나갈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기차 타고 싶어 새벽에 나서 첫차를 탔다. 완행을 좋아한다. 일요일 하루 조금은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 느리게 가는 기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며 가는 시간이 이것저것 보러 다니는 것 보다 좋다.

역이 나오면 역 이름의 한자를 보며 연관성을 생각해 보고 나와 관련된 추억들도 꺼내어 본다. 논이나 산의 색이 모두 녹색이어서 마음도 눈도 몸도 편안하고 평온해 좋다.

오래 기차를 타고 싶어 여수까지 가기로 했다. 여수는 여러 번 갔기에 이번엔 낭도구경을 해야겠다고 기차 안에서 마음을 정했다. 나는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시간을 체크하고 볼 곳을 사전조사 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보여주는 대로 여행한다. 남들이 꼭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곳을 못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떠하랴. 다른 것을 보면 돼지.

기차에서 내려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노인 일자리 창출 어르신인 분이 뭐 하러 낭도에 가냐고 묻는다. “새벽부터 낭도 구경하러 온 사람에게 뭐 하러 가냐니요?” “비도 온다는데 젊은 사람도 아니고.” “택시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알아서 갈 테니 알려만 주세요.” “이봐, 비 오네.” 걱정을 해 주신다.

여수엑스포역에서 버스를 타고 진남관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나진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객지에 가면 방향을 몰라 이쪽에서 타야하는지 건너편에서 타야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땐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내 나이 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이 있다. 빗발이 많이 굵어졌다.

그들도 낭도는 가 보았지만 승용차로 따라가서 잘 모르겠단다. 버스가 오면 무조건 손을 들고 기사에게 물어보라고 알려 준다. 기사는 27번만 가는 것이 아니고 2자가 들어가는 버스는 다 간다고 한다. 정작 타는 곳은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이쪽 일 것 같단다.

21번이 왔다. 기사는 건너편에서 타야 한다고 알려준다. 버스는 여러 대 지나갔는데 아주머니들도 아직 그대로 있다. ‘건너서 타야 한대요.’ 인사를 하니 우리도 이제 차오면 타고 가도 되겠네.” 한다. 내가 걱정되어 기다려 준 모양이다. 내 여행의 묘미는 이것이다. 내 어디서 이런 감동을 받겠는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길을 건너니 차가 바로 온다. 1시간 이상 탄 것 같다. ‘나진이란 말에 심봉사가 심청이 만나 눈을 뜨는 것만큼이나 눈이 번쩍 뜨였다.

정류장에 내리니 꿍짝꿍짝 난리가 났다. 천막도 여러 개 쳐졌다. 이렇게 까지 환영 안 해줘도 되는데. 옥수수 축제가 열리고 있다. 강원도 옥천 무주 옥수수가 유명하단 소리는 들어봤지만 여수 옥수수는 처음이다. 이곳은 남부지방으로 기온이 높아 다른 지방보다 일찍 나온단다.

나도 노래를 잘 부른다면 자진해서 올라가 옥수수축제 축하한다. 익산에서 온 아무개다. 노래 한 자리 불러도 되겠느냐 너스레를 떨고, 농사짓느라 애쓴 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마구 들었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았으니 비가 죽죽 내리니 옥수수도 살 수 없다.

낭도 들어가는 차는 오후 2시다. 12시도 되지 않았다. 식당 두 군데에 줄이 쭉 섰다. 이런 면 소재지에 맛 집이 있어 다행이다. 축제 때문임을 알았다. 내 대기번호는 24번이다.

축제장 구경을 하는데 낭도 가는 마을버스가 보인다. 낭도에서 나오는 것은 3시 반, 6시다. 하루에 네 번 다닌다. 낭도까지 40분 이상 걸린단다. 6시 차를 타면 여수에서 익산가는 기차를 놓친다. 시골이라서 택시도 없다. 축제 행사직원이 카카오택시를 불러줄 거냐고 묻는다. 이러니까 안내소에서 뭐 하러 가냐고 물었던가 보다.

이곳 가까이에 백야도가 있다. 백야도 가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 여수시내로 돌아와 오동도 입구에서 내렸다. 비 오는 날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엘리베이터를 탔다. 해양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곳이다. 오래 전 싱가포르에서 타 보았다. 오늘은 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전망대에 올랐다. 사랑마크에 아무개, 아무개 사랑한다는 얘기들이 적혀있다. 내려오는 길까지 빈틈이 없다. 중국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었는데.

오동도에선 계단으로 오르지 않고 광장으로 갔다. 비가와도 분수 쇼가 한창이다. 방파제를 따라 등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상괭이가 보이는 곳이란 푯말이 있다. 고래의 일종인데 몸이 작아 근해까지 올 수 있는가 보다. 오늘 운 좋게 그놈이나 볼까 하고 한참을 기다려 봤지만 허사였다. 상괭이를 보았다면 여행의 묘미 두 번째가 될 텐데.

낭도는 여천 역에서 택시를 타고 나진에 가서 10시에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가 3시 반에 나오는 차를 타면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을 기대한다.

여수 아주머니들한테 차 탈 때까지 기다려주는 관심과 애정을 받았고 상괭이도 오늘 처음 알았는데 나는 여수에 빚만 졌다. 하루 종일 내린 비로 바지와 운동화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기차를 타야 하는데. 여수역 화장실에서 휴지를 몽땅 뜯어 바지를 꾹꾹 눌러 주었다. 신발과 양말을 더 많은 화장지가 필요했다.

오늘 여수 여행 좋았어?

비 온다고 집에서 뒹굴뒹굴 한 것 보단 백배 낫네.

딸이 방학하면 낭도 같이 가자고 한다. 사위가 기꺼이 운전하겠단다.

 

2023.6.28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선생님이 이끌어 주시는 인도에 따라,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맘껏 누렸습니다. 틈틈이 원근의 고을을 찾아 나서는 그 마음과 철학을 배워, 실천에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천성이 게으른 탓에, 늘 마음에 머물고 맙니다.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멋진 여행이셨네요. 다음에 낭도를 가시고 싶거든 바깥 선생님과 승용차로 이동하세요. 고흥에서 팔영대교를 지나 섬들을 구경하고 여수로 와도 좋을 듯합니다. 제가 순천 사무실에 있을 때 오시면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