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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방어산 마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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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1건 조회 410회 작성일 23-08-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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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산 마애사


별러서 찾았던 함안(咸安) 군북의 방어산(防御山)에 자리한 마애사(磨崖寺) 얘기다. 서마산을 지나 함안 읍내를 거쳐 진주 방면으로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가 ‘마애사’라는 이정표의 지시대로 오른 쪽의 동네 길을 지나 방어산 골짜기 6~7부 능선의 산자락에 자리한 마애사까지는 대충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가는 내내 산야를 비롯한 가로수에 막 피어나기 시작한 연록의 바다가 굼실굼실 꿈틀댔다. 몽환적인 봄의 향연에 넋을 잃을 만큼 흠뻑 취해 ‘룰루랄라~’ 흥에 겨워 어느 결에 목적지까지 도착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동네 고샅길을 벗어나 순수한 마애사 입구의 길은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찻길이 일방통행으로 처음 찾는 경우 헷갈려 곤혹을 치루기 십상이었다. 사찰의 입구 외길을 따라 천천히 다가가니 한자로 ‘防禦山一柱門’(방어산 일주문)이라는 현판이 걸린 문이 나타났다. 그 문을 지나니 너른 주차장이 나타났다. 주차장이 시작되는 곳의 오른쪽 산비탈과 주차장이 맞닿은 곳에 오석(烏石)에 세로로 새긴 ‘기도 영험 도량 마애사’라는 비가 서있고 바로 옆에는 산비탈을 따라 맷돌모양의 돌을 두 줄로 이어 만든 “108번뇌의 길”이 있는데 그 설명이 맘을 사로잡았다. “이 길은 건강, 수명장수의 길입니다. 108계단을 오르면 번뇌와 업장이 소멸되고 108세까지 수명이 연장 됩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108번뇌의 길’을 곧이곧대로 오르내렸기에 장수를 보장받은 걸까.


이 정찰(淨刹)에서 으뜸으로 꼽는 ‘함안 방어산 마애약사여래삼존입상((咸安防禦山磨崖藥師如來三尊立像)’은 현재 ‘보물 제159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절 입구의 ‘마애 쉼터’옆에 세워진 안내판의 내용 전문이다. “함안 방어산 마애약사여래삼존입상은 방어산 절벽바위에 약사여래와 두 보살이 새겨져 있는 마애불이다. 바위에 새겨놓은 부처를 마애불이라고 부른다. 약사여래는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인데 왼손에 약 그릇을 들고 있다. 약사여래 양쪽 옆으로 해와 달을 상징하는 일광보살(日光菩薩)과 월광보살(月光菩薩)이 약사여래를 향해 서 있다. 약사여래의 오른쪽에 있는 월광보살의 오른쪽 암벽에는 801년(애장왕 2)에 제작되었다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통일 신라 시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가장 크게 새겨진 약사여래 입상은 머리에 육계(肉髻)*가 큼직하게 솟아 있다. 양 어깨를 덮은 옷을 입었으며, 왼손을  배꼽 앞으로 올려 약그릇을 들고 연꽃대좌 위에 서 있다. 약사여래 왼쪽에는 일광보살이 연꽃대좌 위에 서 있으며 남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월광보살은 머리를 위로 올려 묶었으며, 양손은 손바닥을 맞대고 있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월광보살의 양 눈썹 사이에는 월광보살을 상징하는 달이 새겨져 있다. 방어산 마애약사여래삼존입상은 정확한 조성 시기를 알 수 있으므로 통일신라시대 조각 편년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이다.”


대가람이거나 천년 고찰은 더더욱 아니었다. 입구 주차장 오른쪽에 해우소를 지나 직진하니 왼쪽에 ‘마애 쉼터’와 안내판들이 반겼다. 오르막을 향해 직진하는데 오른쪽으로 신축중인 ‘함안군립봉안당’이 자리했다. 사찰 경내에 공립(公立) 시설인 군(郡)의 봉안당을 안치한 경우는 민관협동정책의 특이한 모델이지 싶었다. 또다시 산 정상 쪽 비탈로 걸음을 옮길 때 호리병 모양의 드높은 ‘윤회의 탑’이 반겼다. 탑을 구경하고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 가는데 산 쪽으로 큰 건물이 나타났는데 아래층은 만수전(萬手殿)*이라는 편액(扁額)이 걸려있고 위층은 명부전(冥府殿)이라는 편액이 걸려있었다. 명부전에는 재(齋)를 올리는지 독경과 북 소리가 요란해 열린 문을 통해 몰래 도둑질하듯 들여다보다가 스님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화들짝 놀라 얼른 자리를 피했다. 


다시 오른쪽으로 발길을 옮겨 대웅전인 극락보전(極樂寶殿)과 범종각(梵鍾閣)에 이르러 범종을 살폈다. 범종각의 반지하엔 용두관음전(龍頭觀音殿)이라는 패찰이 붙어 있어 문을 열어 보니 도서관 서가처럼 여러 층으로 된 시렁에 수천 개의 아기불상이 진열되어 있다. 한편 종의 표면에 ‘약사범종(藥師梵鍾)’이라 새겨져 있고 또한 한자로 새겨진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 풀이 이다.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하여(此鐘聲遍法界), 철위산 깊고 어두운 무간지옥 다 밝아지며(鐵圍幽暗悉皆明), 지옥·아귀·축생의 고통 여의고 칼산지옥 깨뜨려(三途離苦破刀山), 일체 중생이 바른 깨달음이 이루어 지이다(一切衆生成正覺).”


또한 극락보전과 범종각 중간 산 쪽에 자리한 산신각(山神閣)은 죄송하지만 다른 사찰의 그것과 다를 바 없지 싶어 건너 띄었다. 한편 요사채로 쓰이는 건물 아래엔 승방(僧坊)에서 정성들여 담은 ‘보리고추장, 간장, 된장을 판매’라는 플래카드(placard)가 펄럭여 이채로웠다. 한편 범종각 옆에 자리한 청운당(靑雲堂)은 스님들이 기거하는 거처이지 싶었다.


무릎 관절 치료를 받는 때문에 가파른 산비탈을 만나면 엉금엉금 기는 아내와 천천히 아담한 경내를 거닐며 방어산 사찰에 넘쳐나는 초봄의 신록잔치를 물리도록 즐기고 느긋하게 귀가 길에 들어섰다. 도량을 빠져나왔는데 네비게이션이 올 때와는 정반대쪽의 다른 길을 안내했다. 묵묵히 따르기로 하고 진주 쪽으로 5분 정도 달렸다. 그때 갑자기 생전 처음인 으슥한 산속 오솔길로 안내 했다. 직감적으로 산을 넘어가서 만나게 될 ‘국도2호선’으로 가리라는 생각을 했다. 이는 봄의 왈츠가 펼쳐지는 무대의 중앙을 뚫고 지나가는 격이니 축복을 받은 셈이라는 얘기에 아내는 염화시중의 미소 같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즐거운 날은 예측도 빗나가는 법이 없는가 보다.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는 야트막한 재를 넘는 깊은 산골짝 길을 10km 남짓 달리면서 상큼한 바람을 빵빵하게 들이마셨는가 하면 연록의 군무를 가슴에 한껏 담아가지고 돌아왔다. 그럼에도 기껏해야 3시간 정도 지났을 따름인데 환상의 천국을 비상(飛翔)하고 보금자리로 연착륙한 기분으로 상종가를 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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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계(肉髻)  : 원래 인도 사람들이 머리카락을 올려 묶던 상투에서 유래했으며, 부처의 크고 높은 지혜를 상징함.

* 만수전(萬手殿) : 손 모양을 만 개 조각해 금으로 도금해서 건물의 3면(양 옆과 뒷면)과 천장에 부조(浮彫) 형태로 붙여 놓은 전각(殿閣)이었다.



합강(合江)의 땅, 함안을 노래하다, 경상남도문인협회, 2023년 6월 30일

(2022년 4월 15일 금요일)


댓글목록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가보지 않았어도 거기에 다녀온 듯합니다.
교수님, 코로나 후유증은 좀 어떠신지요.
아직 덥습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