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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의사 • 열사 •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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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2건 조회 177회 작성일 23-12-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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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 열사 • 지사


인터넷으로 검색한 ‘의사(義士) • 열사(烈士) • 지사(志士)’의 뜻은 아리송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에 의하면 ‘의사’는 “의로운 지사”이다. 다음으로 ‘열사’는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이고, ‘지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바쳐 일하려는 뜻을 가진 사람”이다. 한편 ‘의사’의 유의어는 ‘강개지사* • 열사 • 의자(義者)’, ‘열사’의 유의어는 ‘의사 • 의자 • 지사’, ‘지사’의 유의어는 ‘열사 • 의사 • 의자’이다. 이들 유의어에서 ‘강개지사’만 유일하게 다른 표현이고 나머지는 모두가 서로 같다. 이를 미루어 짐작건대 ‘의사, 열사, 지사’의 개념을 뚜렷이 구분하지 않고 큰 틀에서 두루뭉술하게 비슷한 의미로 사용했던 증좌가 아닐까 싶다.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이들의 뜻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애매했다. 이를 보완할 견해가 국가보훈부(전(前) 국가보훈처)의 정의였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먼저 ‘의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항거하다가 죽은 사람으로서 무력을 전제로 한 폭력투쟁으로 대항했던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면 안중근(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윤봉길(홍구공원 폭탄 투척), 이봉창(일본천왕 저격 폭탄 투척), 남자현(만주국 주재 일본 대사였던 무토 노요시 암살 시도) 등이 열거할 수 있다. 한편 ‘열사’는 “나라를 위해 의롭게 맨몸으로 비폭력 투쟁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한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을지라도 목숨을 바쳐 결연한 의지를 내보인 경우’는 물론이고 ‘결연한 항의를 분명히 나타내기 위해 자결했던 경우’도 포함된다. 민영환(을사조약 체결 반대 자결), 이준(헤이그 밀사로 독립 의지 표명 자결), 유관순(3.1 독립운동에 참가해 투옥돼 사망), 황현(경술국치 항거 자결) 등이 대표적인 열사이다. 또한 ‘지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바쳐 결연한 의지나 지식과 사상 따위를 생산하거나 관철하여 전달 또는 독려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따라서 이들은 혁명사상이론가나 독립운동이론가로서 신채호(독립운동가 • 사학자 • 언론인)나 박은식(임시정부 2대 대통령)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의사 • 열사 • 지사’를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개념이 투사(鬪士)이다. 여기서 ‘투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독립운동이나 나라사랑 또는 사회운동 따위에서 앞장서서 투쟁하던 사람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의사와 열사 그리고 지사를 모두 포괄해 현장성이 강조되는 호칭이다. 한편 의사와 열사는 사후에 붙이는 이름인데 비하여, 지사는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독립유공자(獨立有功者)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순국선열(殉國先㤠)과 애국지사(愛國志士)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1895년) 무렵부터 해방 직전(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에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서 항거하다’가 ‘순국(殉國)’한 사람으로서 그 공로가 인정되어 건국훈장 • 건국포장 •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경우를 뜻한다. 한편 애국지사는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부터 해방 이전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에 반대 혹은 독립운동을 위해 항거한 사실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 건국포장 •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경우를 지칭한다.


위에서 ‘순국’이라는 말이 나타났기 때문에 여기서 의로운 죽음의 몇 몇 경우를 다시 새겨본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죽음을 높여 부를 때’ 순국(殉國)이라고 한다. 한편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높여 부를 때’ 순교(殉敎)라고 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직책을 다하다가 목숨을 바친 경우’가 순직(殉職)이다. 한편 ‘전장에서 적과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경우’를 전사(戰死) • 전몰(戰歿) • 전망(戰亡)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의사와 열사’대한 뚜렷한 구분의 기준은 없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의사와 열사를 구분하지만 그 기준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일까. 국가보훈부(전 국가보훈처)에서는 의사와 열사를 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통합한 개념인 ‘독립유공자’로 표기하면서 내부적으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나누고 있다. 한편 열사에도 여러 경우가 있다. 먼저 일제에 의한 국권침탈 이후 광복까지 국내외에서 불의에 항거하거나 독립 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지칭했던 열사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광복 이후 현재까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투옥되거나 희생된 ‘민주열사’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김주열(金朱㤠) 열사이다. 아울러 노동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던 시절 노동자의 권익이나 인권을 위해 투쟁하다가 투옥되었거나 희생된 ‘노동열사’로서 전태일 열사가 언뜻 떠오른다. 이 외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정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다가 희생되면 열사로 추앙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람이 사는 모양새는 ‘원근 고저에 따라 모습이 제 각각(遠近高低不同)’이게 마련이다. 더욱이 우리는 국권을 침탈당한 상황에서 미쳐 날뛰던 친일 매국노를 비롯해서 밀정(密偵)이나 앞잡이였던 부역자(附逆者)들이 설치는 혼란과 무자비한 탄압이 끊임없이 이어져 암울하기 이를 데 없었던 한 많은 세월의 강을 건너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런 난세에 죽을 각오로 항거하거나 초개같이 목숨을 버렸던 우국충정의 선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생각에 숙연해졌다. 그 분들이 만만장야* 한숨으로 지새며 만면수색*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끊임없이 항거했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만단정회*에 잠겼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서둘러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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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개지사(慷慨之士) : 세상에 옳지 못한 일에 대하여 의분을 느끼고 탄식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 만만장야(漫漫長夜) : 아주 지루하고 긴 밤

* 만면수색(滿面愁色) : 얼굴에 가득 찬 수심의 빛

* 만단정회(萬端情懷) : 온갖 생각과 감회 


마산문학, 제47집, 마산문인협회, 2023년 11월 25일

(2023년  9월 2일 토요일)


댓글목록

장은초님의 댓글

장은초 작성일

선생님. 저도 의사, 열사의 차이에 관해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게 그거인 것 같았어요.,
지사, 투사까지 이제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의사든 열사든 근현대사에 그분들이 남긴  공적을  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받들고 감사해야겠지요.

선생님, 잘 계시는지요? 올겨울은 참으로 따뜻한 겨울이라 좋긴 합니다
ㅎㅎ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부산에서 어떤 작가의 이야기로 난분분하지요.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상도 받고 동인문학상도 받게 된 사연이지요.
요산 작가는 독립을, 동인 작가는 친일을 했지요. 상금은 요산문학상 2천, 동인문학상 5천이라더군요.
한 사람이 두 개의 상을 다 받게 되자 말이 많은데.

겨울나기 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