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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역사교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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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0건 조회 44회 작성일 24-04-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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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훈여행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우리말 표현이 ‘역사교훈여행’이다. 이는 전쟁의 상흔이나 대량 학살의 참상 같은 비극적인 역사 현장이나 상상을 초월한 자연 재해나 재난이 발생했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지칭한다. 이의 또 다른 호칭으로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혹은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민족상잔의 몹쓸 전쟁인 6.25로 인해 모든 게 잿더미로 변한 폐허를 딛고 일어서 세계의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신화를 쓰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욱일승천하는 나라의 품격에 걸맞게 다양한 국제행사를 비롯해 올림픽이나 월드컵대회를 유치해 개최하며 자랑스러웠다. 그런 터수에 자만에 빠졌던가. 경우야 어찌 되었던 새만금 바다 매립지에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2023년 8월 1일~12일)를 유치했다가 결국은 지구촌의 동네북으로 추락한 꼴이 되었다. 네 탓 내 탓을 비롯해 구차한 책임 공방은 면피를 위한 허무한 말장난처럼 무의미해 백해무익한 이전투구와 다를 바 없다. 변명의 여지없이 준비 부족으로 어떤 빈축에도 유구무언이 그나마 체면을 지키는 길이다. 이런 연유에서 앞으로 잼버리 역사에서 영원한 역사교훈여행의 대상으로 회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공연한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주위에서 언뜻 떠오르는 대상이다. 일제 강점기에 수많은 애국지사를 불법으로 체포해 구금하고 고문했던 악명 높은 서대문 형무소가 먼저 떠오른다. 한편 3 • 1 독립운동 때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서울의 탑골 공원에 가면 나라를 잃었던 울분을 토해내며 궐기했을 선열들의 얼이 서려있다는 맥락에서 후보지로 적합할 것 같다.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크고 작은 외침과 내란을 겪으면서도 나라를 슬기롭게 지켜왔기에 역사교훈여행 대상지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것이다.


시각을 지구촌으로 넓힌 역사교훈여행이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얇고 짧아 스스로 찾을 안목이 부족하다. 이런 연유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되어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는 대상들이다.


첫 번째가 우크라이나의 프리피야트(Pripjato)로서 체르노빌(Chernobyl) 원전 사고가 발생(1986년 4월 26일)해 방사능 오염으로 유령의 도시로 변해 악마의 저주가 내린 지옥을 방불케 하는 곳이다. 두 번째가 캄보디아의 킬링필드(Killing Fields)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75~1979년에 걸쳐 폴포트(Pol Pot)가 공산혁명을 통해 캄보디아를 사회주의로 개조하겠다고 저지른 대학살을 일컫는다. 그 잔혹했던 생생한 흔적을 투올 슬랭 대학살 박물관(Toul Sleng Genocide Museu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가 미국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이다. 뉴욕에서 발생했던 전대미문의 911 테러(2001년 9월 11일)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그 자리를 지칭한다. 네 번째로 코스타 콩크르디아호(Costa Concordia) 침몰 사고이다. 이탈리아 서해안 티레니아해(Tyrrhenian Sea)의 토스카나 제도(Arcipelago Toscano) 질리오(Gilio) 섬 인근 해상을 지나다가 암초에 걸려 침몰된 사고(2012년 1월 13일)로서 4,229명은 구출되었고 33명이 사망했다. 이 배의 선장도 우리나라 세월호가 침몰 사고를 당했을 때(2014년 4월 16일)의 선장처럼 승객들보다 먼저 도망 나옴으로써 사법적인 벌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 번째가 아우슈비츠(Auschwitz)이다. 너무도 유명해 사족을 다는 게 되레 걸림돌이 될 법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태인을 학살하기 위해 폴란드 오시비엔침(Osweicim)에 세웠던 천인공노할 강제수용소를 뜻한다. 


여섯 번째가 뉴올리언스(New Orieans)이다. 미국의 루이지에나 주(州)에 있는 도시이다. 그런데 태풍 허리케인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는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으로 도시 전체를 초토화 시키는 엄청난 자연재해를 안겨주었다(2005년 8월 29일). 일곱 번째가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Eyjafjallajokull) 화산이다. 갑자기 분화되기 시작한(2010년 4월 14일) 화산재가 제트기류를 타고 유럽 전역의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어 유럽의 항공대란을 야기 시켰던 끔찍했던 천재지변이었다. 여덟 번째가 히로시마(広島 : ひろしま) 평화기념 공원이다. 이는 원자폭탄이 투하된(1945년 8월 6일) 도시인 히로시마에 조성된 공원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무시무시한 원자폭탄이 투하됨으로서 일본이 백기를 들고 무릎을 꿇음으로서 패전국이 되었다. 아홉 번째가 스리랑카(Sri Lanka) 내전 유적이다. 이는 1983~2009년까지 스리랑카와 타밀족 반군인 ‘타밀일람 해방 호랑이(LTTE : Liberation Tiger of Tamil Eelam)’ 사이에 발생했던 내전이 26년 동안 이어지면서 참상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들을 이른다. 한편 열 번째가 베트남 말라이(My Lai) 마을이다. 베트남 전쟁 중에 말라이 마을에서 미군에 의해 민간인 400~500명 정도가 학살당했다(1968년 3월 16일). 이 현장을 뜻하는 것으로 이때 죽임을 당한 대부분은 아녀자였다는 충격적인 보고이다. 이 사건 역시 전쟁의 무자비하고 참혹한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증좌이다.


물론 이외에도 통한의 사연을 간직한 역사의 현장과 여러 성(castle)을 위시하여 이웃 나라인 중국의 난징대학살기념관도 있다. 이 기념관은 일본이 난징을 침공(1937년 12월 13일)한 이후에 30만 명 이상의 학살자가 발생해 이를 잊지 않기 위해 건립되었다. 한편 우리의 경우도 6.25 전쟁으로 생겨났던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나 임진각 따위가 언뜻 떠오른다. 유사 이래 같은 민족이나 국민 끼리 치고받았던 심각한 갈등과 내전을 비롯해 나라 사이에 빈발했던 전쟁의 아픔과 씻을 수 없는 영원한 상흔, 사람이 대응하기에 역부족이었던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해와 사건은 지구촌에 넘쳐나기 때문에 역사교훈여행 대상은 사실상 부지기수이다.


이 개념은 지난 1996년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라는 저널의 특별 호(號)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해 그 후 널리 쓰이고 있다. 인류의 삶 과정에서 발생했던 온갖 서러움이나 아픔을 위시해서 잔혹한 사고나 사건은 빠짐없이 헤아리기 어렵다. 이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 혹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다면 이전에 되풀이해서 겪어야 했던 아픔이나 슬픔 혹은 자연 재해를 슬기롭게 피하거나 대폭적으로 줄일 계기가 만들어지리라. 이리 된다면 현재보다 한결 평화롭고 편안한 세상을 펼칠 디딤돌을 놓은 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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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교사(反面敎師) :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을 이르는 말이다. 

* 타산지석(他山之石) : 원래는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산의 옥돌을 가는데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본이 되지 않은 남의 말이나 행동도 자신의 지식과 인격을 수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춘하추동, 2024년 봄호(제5호), 2024년 3월 10일

(2023년 8월 2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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