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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한일 문화교류 - 윤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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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990회 작성일 19-11-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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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교류

윤복순

 

34일 일본에 다녀왔다. 이런 때 웬 일본이냐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일수록 민간교류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참했다. 일본의 우리나라 백색국가 제외로 지방의 직항노선들이 없어졌다.

나고야공항에서 전철과 열차로 고마쓰(小松)역까지 갔다. 시간이 몇 배로 걸렸다. 새벽 두시 반에 집을 나가 숙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가 넘어서였다. 두 나라의 관계만큼이나 복잡다단하다.

한일여성 친선협회 전북지부와 자매결연한 가나다라 클럽 회원들이 마중을 나왔다. 그녀들이 온 얼굴에 웃음 가득, 양팔을 벌려 안아주니 고향에 온 것 같다. 숙소가 100년 넘은 전통저택이다. 집 구경을 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준비했는지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가면서 고생했던 것들이 봄눈 녹듯 사라졌다.

환영식을 겸한 저녁식사는 좌석까지 지정을 해 친목을 나눌 수 있게 배려했다. 화기애애했다. 일본의 코스요리는 미각을 충족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있은 후 시민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본의 회장이 동경의 한인 타운을 둘러봤단다. 시민들 사이에선 전혀 불편한 관계가 아니어서 마음 놓고 우리를 초대했다고 한다.

전주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음식창의 도시다. 이 점을 살려 우리는 그들과 함께 겉절이담기, 잡채, 떡볶이와 떡국을 만들었다. 차를 우려 마시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황차 부 팀장이다.

회원들은 7월부터 서너 차례 만나 준비를 했다. 다도 선생 김영애님을 모시고 용어부터 법도까지 배웠다. 황차 우리기를 복사해 시간 내 외웠다. 쉽게 되지 않아 집에서 실습을 해 봤지만 자주 대하는 것이 아니어서 손에 익지 않았다.

황차 팀장은 찻잔, 다관 등 차에 관련된 모든 그릇을 준비해 갔으니 그 무게만도 어마어마하다. 팀장은 여러 번 실습을 했음에도 행여 실수라도 할까 화장실을 독차지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다음 날 새벽에도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일어나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다과는 한국에서 만들어 아이스백에 넣어가지고 갔다.

그 많은 짐에 한복까지 챙겼다. 앞치마만 세 벌이다. 다도시간에는 궁중의 여인들이 입는 앞치마를 입었다. 따뜻한 물로 다관을 세 번 우려내면서 탐진치(貪瞋癡)의 삼독심도 씻어냈다. 차를 마시며 다과를 같이 나눴다. 담소 나누는 시간이 짧았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겉절이, 잡채, 떡볶이와 떡국은 일본인과 우리들이 한 조가 되어 같이 만들었다. 모든 재료는 전북의 최상품으로 준비했다. 그들이 재미있다고 했고, 우리 음식에 관심도 많았다. 만든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김치가 맵다고 하면서도 맛있어요,”를 연발했다. 레시피를 복사해 줬으니 우리들 생각을 하면서 틈틈이 만들어 먹을 거라 믿는다.

그들이 작년에 전주에서 대접을 잘 받았다고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자고 다짐을 했단다. 언어를 알아야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야마모토상이 음식을 대접하며 입에 맞으세요?” 라는 표현을 쓴다. 나도 매일 일본 방송을 봐야할까 보다.

오후엔 화과자 만드는 법을 배웠다. 재료는 다 준비된 상태다. 내가 만든 것은 모양만 같을 뿐 중요한 부분을 세세하게 살리지 못해 점수를 받는다면 겨우 60점을 넘겼을 것 같다.

문화교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가나자와시의 자랑인 임천회귀식 정원 겐로쿠엔은 점만 찍었다. 가나자와성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21세기 미술관도 보고 싶었던 곳인데. 아쉬워 내후년에 다시 가야겠다.

구타니야키 박물관 견학도 했다. 화려하다. 그리고 크다. 도자기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갔으니 기본은 우리와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타니야키의 특징은 오채라 불리는 착화 채색이다. 나는 섬세함에 놀랐다.

3일 째 관광을 겸해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같은 시라가와고에 갔다. 하꾸산의 단풍이 절정을 이뤄 모두들 입이 벌어지고 목소리도 하늘만큼 높았다. 작년에 우리는 그녀들과 강천산을 구경하고 고추장을 같이 담갔다.

점심으로 시라가와고의 향토음식인 호바미소를 먹었다. 나뭇잎에 양념된 된장을 놓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놓았다. 그걸 조그만 그릇에 올려놓고 불을 피워 익혀 먹는데 담백하다. 고기는 달랑 두첨이다. 일본의 상차림은 절대 음식이 남지 않는 것이다.

민속촌은 우리와 비슷했다. 그들의 전통가옥인 가쇼드쿠리의 지붕을 보수하고 있었는데 한옥 지붕 이는 것과 같다. 그 지붕은 짚이 아니라 갈대다. 우리나라의 허수아비와 똑같은 허수아비도 보았다.

호텔에서 온천욕을 하는데 여탕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남탕은 그냥 들어간다. 사물함도 열쇠를 열면서 밑의 단추를 같이 눌러야 열린다. 여성들의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가나자와역의 건축물이 유명하다고 해서 구경을 나갔다. 처음의 자유시간이다. 공원을 겸한 광장이 넓다. 특색인 장구모양의 건축물은 찾지 못했다. 반대방향에 있다. 정면과 후면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빈틈없는 준비와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운전과 안내, 숙소확인, 먹을거리를 책임지느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가나다라 클럽 회원들이 고맙다. 내년 그녀들이 전주에 오면 우리는 더 많이 친해질 것이다.

다음날 신타쿠 사무총장의 사위가 나고야공항까지 동행해 줬다. 열차를 세 번이나 갈아타며 가는 날 만큼 시간이 걸리고 고생을 하고서야 집에 돌아왔다. 한일관계가 좋아져 빨리 고마쓰 공항에 직항노선이 다시 날 길 바란다.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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