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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휴대폰을 장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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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3건 조회 975회 작성일 21-08-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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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장만했다

윤복순

 

달포 전부터 e-mail이 되지 않았다. “회원님의 아이디는 보호 중입니다.” 라는 아이디 보호 안내가 떴다. 컴맹이라서 컴퓨터가 하던 대로 되지 않으면 미리 주눅이 든다. OO신문에 글을 보내야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7월은 부가가치세 신고하는 달인데 각종 세금계산서가 도착되지 못하면 부가세는 어떻게 낼까.

제약회사 직원을 불렀다. 그는 컴퓨터학과 졸업자로 종종 내 컴퓨터 관련 일을 해결해 주곤 한다. “아이디 보호 해제를 하려면 본인 인증이 있는데 그걸 휴대폰으로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유를 올려놓았으니 며칠 기다려 보자고 했다.

무슨 놈의 것이 사람은 나오지 않고 기계하고만 일을 해야 하니 폭폭하기 짝이 없다. 말로 주고받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모르는 것을 배울 수도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은 아예 접근도 못하고 직원에게만 맡길 수밖에

mail주소를 새로 만들려니 거래하는 제약회사 도매상 태양열 전기회사 등에 일일이 바뀐 주소를 알려줘야 한다. 나도 그들도 번잡해서 쓰던 것을 살려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쯤 뒤에 보니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할 수 없이 휴대폰을 사기로 했다. 솔직히 난 휴대폰이 필요 없다. 하루 종일 약국에 있고 퇴근하면 남편과 같이 있으니 남편 것이 내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편은 저녁마다 약사회에서 온 문자들을 읽어준다. 그것은 삭제해도 되고 금방 읽은 것은 종이에 적에 가방 속에 넣어달라고 한다. 나는 보고를 받는 회장 같고 남편은 충실한 나의 비서 같다.

이런 소소한 재미를 모르는 후배들은 우리 돈 걷어서 언니 휴대폰 하나 사 주자.” “언니는 비밀도 없어?” “언니는 안 불편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야지.”등등 휴대폰을 사라고 야단들이었다. 휴대폰 없으면 일상생활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그 무거운 것을 왜 들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꼭 필요한 일이면 약국 전화, 집 전화, e-mail, 남편 휴대폰, 연락할 방법은 많이 있다. 동네 사람들도 휴대폰 없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을 거라는 둥 박물관에 가야할 사람이라는 둥 야만인이라는 둥 아들딸이 엄마 휴대폰 하나 만들어 주지 참 무던하다는 둥 마구 놀려댔다.

날도 더운데 휴대폰 가게에 갔다. 남편이 같은 통신사걸로 하라고 했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은 문이 닫혔다. 다른 곳은 둘러보지도 않고 더워서 그냥 약국으로 돌아왔다. 장만하기도 쉽지 않아 휴대폰 있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각시가 휴대폰 만들어야 하는데 신랑이라는 사람은 무심하게 포도밭으로 일이나 하러 가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한테 맡기면 어떻게 하냐.”고 남편에게 투정을 부렸다.

남편이 아들딸에게 연락을 했는지 사위한테서 전화가 왔다.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서울 어디로 부치라고. 갖고 싶은 번호가 있냐고 묻는다. 약국 번호하고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뒤 휴대폰이 왔다.

e-mail 살릴 생각에 개봉도 하지 않고 직원부터 불렀다. 휴대폰만 있으면 아이디 보호 해제는 즉시 되는 줄 알았다. 인증번호를 넣고 하라는 대로 다 해도 해제는 풀리지 않았다. 약국 컴퓨터를 설치해 줬던 전문가를 불렀다. 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한다. 이놈의 컴퓨터는 왜 나를 만만하게 보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기계도 사람 괄시하는 것 같아 며칠 속앓이를 했다.

아들이 엄마 메일 안 되는 것 알고 있냐고 전화가 왔다. 아들까지 세 사람이 보호해제 신청을 해 놨지만 해결되지 않아 매일을 새로 만들었다. 휴대폰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하마터면 컴퓨터 대신 휴대폰을 던져버릴 뻔 했다.

휴대폰이 있으니 전화걸기 받기 문자보내기 사진 찍기 등등 배워야 할 것도 많다. 말할 수 없는 기계치인 내가 왜 이리 복잡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휴대폰은 만들어 가지고. 욕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딸이 현장연구대회에서 전국 1등급 받은 교육부장관상장과 한국교원총연합회회장상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축하한다, 역시 내 딸이다.” 이렇게 써 놓았는데 어디를 눌러야 보내지는지 몰라 아무거나 막 눌렀더니 없어져 버렸다. 통화를 했다. “엄마, 말로 하면 그것이 다 문자로 돼서 보내져.” “나도 그런 걸로 해 주지.” “엄마 것도 다 돼. 고장 안 나니까 이것저것 눌러 보면서 익혀.”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말라고 한다. 내가 뭣 땜에 스트레스 받느냐고 한 쪽에 밀어 놨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휴대폰을 약국에 두고 퇴근하기 일쑤다.

이왕에 샀으니 문자보내기라도 배워볼까 하고 동네 아주머니들한테 물어보면 자기 것 하고 달라서 잘 모르겠단다. 몇 사람에게 나도 휴대폰을 샀다고 자랑을 했다. 그들이 전화를 하면 받아야 하는데 받아도 되는 전환지 몰라 안 받는다. 그들 번호를 입력할 줄 몰라 저장해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아진다.

()은 나보고 먼저 카톡 좀 보내보란다. 좋은 글 많이 보내줄 수 있는데 처음부터는 어떻게 보내는지는 모른단다. 초등학생이나 유치원 입학생이나 기계치들에겐 오십보백보다. 물어물어 성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성은 하루에 최하 세 번씩 보낸다. 선수 S가 와서 사진도 올려줬다.

며칠 전 제약회사와 거래를 틀려고 직원을 부르니 대구 출장 중이라며 사업자등록증, 요양기관기호, e-mail등을 자기 휴대폰으로 보내주면 약은 내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젊은 사람이 약 사러 오기를 기다렸다. 바로 해결해 준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배우기는 배워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해도 비대면의 시대가 주류를 이룰 것 같다. 연수교육도 사이버연수가 되고 식당이든 마트든 QR코드가 있어야 되니 휴대폰은 필수품이고 신분증이 된다. 이번 참에 장만은 잘 한 것 같은데 언제 다 배워서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휴대폰이 무거운 짐이 아니라 나의 동료이자 비서가 될 정도는 돼야 할 텐데.

 

2021.8.9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새로운 시어머니 만나셨으니  그 분이 원하는대로 따라서 익히는 수고로움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저도 휴대폰이 있는데 '2G 폰(폴더 폰)'이라서 재난 문자나 코로나19 안내 문자 등은 아예 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메일 보내기, 사진 보내고 받기,  카톡 따위가 되지 않는 답니다. 그래서 겨우 통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나 주고 받지요. 집에서 휴대폰을 바꾸라고 성화지만 불편함을 별로 느끼지 않아 외면하며 지내지만 사실 약간은 불편하답니다.

김재형님의 댓글

김재형 작성일

휴대폰은 우리 생활에 필수품인가합니다.
처음은 서툴고 불편하나 익숙해지면 얼마나
편리한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필수 불가결의
생활 수단입니다. 차츰 손에 익숙해지면
불편없이 사용할 수있습니다. 새로운 휴대폰으로
즐겁고 보람된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시도 때도 없이 카톡카톡해서, 별 중요한 것도 아니어서 이것저것 눌러 삭제를 했어요.
어느날 부터 조용해졌어요. 성이 나한테 카톡을 보내는데 잘 안된다고 하네요.
단체카톡방에서도 다 빠졌대요. 익산수필 총무님한테 다시 초대해 달라고 했어요.
또 다시 집 나가면 경찰에 신고하겠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