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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세월이 나에게 묻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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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형 댓글 1건 조회 909회 작성일 21-08-23 20:38

본문

                      세월이 나에게 묻기를 

  

                                    동진(同塵) 김 재 형

인생 칠십 고래희라는 말은, 옛말 지금은 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100년이란다.

인생 100년을 산다고 생각하면 내 나이 산수(傘壽)를 넘었으니 세월이 짧다고는 할 수 없다.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떠나야 할 날이 길지 않음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아닌가?

산수를 지난 지금 내 앞에서 세월이 담담하게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젊어서는 가는 세월이 거저 가는 구나하고 예사롭게 생각되었으나 반평생을 훨씬 지나 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니 흔적도 형체도 모르는 세월은 지금 준엄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서 나에게 근엄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내 나이가 인생의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데 내 삶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가?

성공이란 것도 형체가 없는 것인데 무엇을 기준으로 성공의 실례를 말할 수 있느냐

목표를 달성했으면 성공인가?

성공에도 각자 나름대로 기준과 목표가 있으니 기준과 목표가 달성되었으면 성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직종 다양한 분야에 열심히 전력투구해서 얻은 성취감은 누가 뭐라 해도 성공했다고 해야 되리라.

평생을 교직에서 정년퇴직했으니 별 어려움 없이 아이들의 학업을 도울 수 있었고, 졸업과 동시에 취직해서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그래도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대는 효 (孝)와 경(敬), 그리고 겸손( 謙遜)을 아는가?

효와 경은 인간이 실천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덕목이다.

효는 흔히 하는 말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음식으로 보양하면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공경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봉양하고, 뜻을 받들어 마음으로 편하게 모시는 것이요, 경은 사양하는 마음, 베푸는 마음이 경을 실천하는 것이라 했다. 

과연 나는 효와 경을 바르게 실천했는가? 그리고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방법을 알고 자신을 낮추어 행동하는 것이라 했다.

이와 같이 효와 경, 그리고 겸손으로 교만하거나 잘난 체, 남을 없인 여겨기는 오만 방자한 태도는 없었는지 도 잘 살펴 보아, 한 점 그릇 됨이 없어야 후회 없는 삶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대는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을 해 보았는가라고 묻는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준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진심을 다하여 사랑한 사람이 있다.

단 한 사람은 나의 아내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사랑한 여인은 한 사람 밖에 없으니 말이다. 나의 미덥고 든든한 반려자로 누가 뭐래도 나는 한 평생 그대에게 기대어 살아왔다.

우리들이 함께한 세월이 50년을 훨씬 넘었어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서로가 그늘이 되어 쉬어가고 추우면 서로가 바람막이 방패가 되어 추위를 피했다.

우리 부부도 이제 저물어 가는 가을 문턱에 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낳아서 가꾸어온 사랑의 나무들은 울창한 나무들로 자라 우리 주위에 또 작은 사랑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우리의 사랑 숲은 저 망망대해 끝없는 세월 속에 점점 넓고 더 멀리 번져 갈 것이고 이 땅 위에 영원히 펼쳐 갈 것이다.


너는 살아오면서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미워하고 원망했으며 또 얼마나 용서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의 옹졸한 생각, 편협된 마음이 많은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했음은 숨길 수없는 사실 아닌가? 

남보다 잘 살지 못할 때도 세상을 원망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태어난 자신을 미워했다.

스스로 바라는 일들이 분에 넘치는 줄도 모르고, 만용을 부리면서 벽에 부딪칠 때마다 자신을 미워하고, 나를 돌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경원시하고 그들을 원망했다.        이제는 인생의 종착역에 와서야 내가 마음에 품고 있는 사소한 증오심이랄지 잘못한 생각들이랄지, 모두를 남김없이 털어버리고 용서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용서와 잘못을 고백하는 일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세월의 끝자락에 와서야 깨닫게 되니 지난 세월이 한으로 남는다  


그대는 아직도 삶에 대한 씻지 못할 과오나 그릇된 생각들을 다 버렸다고 생각하는가?

묻는다. 

아니다. 

다 버렸다고 장담할 수 없다. 

마음이 무겁도록 남아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만일 내가 내일이라도 이 세상을 떠난다고한다면 아직도 마음에 담아둔 분노, 원망, 저주, 부정적인 생각, 미움, 적개심, 오만함, 이기심, 배타심, 시기심 등 온갖 더러운 오물들을 아직 다 비우지 못했다. 

 이 모든 것들을 다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뻔히 알면서도 손에 쥔 것 버리지 못하는 습성, 마음에 품은 것 지우지 못하는 것 모두 다 세월이 가차 없이 질책해 주어도 조으리라.


너는 지금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내가 떠난다면 준비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째, 내 주변을 세세히 잘 살펴서 사전에 버릴 것, 기증해야할 것 이웃과 나누어야할 것, 등 남은 자들에게 부담이 된다거나 피해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말끔히 정리해야 두어야 한다. 

둘째, 사후에 많은 분들께 수고로운 부담을 끼치지 않도록 간소하게 가족장을 당부한다.

셋째, 수의 분묘는 검소하고 조촐하게 해야한다.

내 나이 황혼에 이르러 오늘 떠날지 내일 떠날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100년을 더 살 것처럼 삶에 대한 의욕만은 살아 있으나 어찌 가는 세월을 막을 것인가?


 간다고 하면 남기고 갈 것도 가지고 갈 것도 없다. 

마음에 숨겨둔 미련도 아쉬움도 모두 잊어야한다. 

그러나 한 평생 살아오면서 이웃과의 인정어린 주고받던 덕담들, 그리고 끈끈한 정이  우리들의 삶을 즐거운 보람으로 살게하지 않았는가?

내 삶의 주변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오손 도손 함께 살아온 이웃이 있어 떠나기 전에 더 많은 정을 나누고 감사드리며 고맙다는 인사로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

이상의 것들이 세월이 내게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면 행여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닐까 부끄러움을 감출 수없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선생님에 비하면 나이가 어릴뿐 아니라 앎이나 지식또한 마찬가지인 처지임에도 가끔 지난날을 돌이켜 봅니다. 젊은날 외람되게도 무언가를 얻고 이루었다는 치기어린 만용에 빠졌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남은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허허롭기 짝이 없습니다. 어디에서 연유한 잘못인지 곰곰이 되새겨 보면서 깜깜한 자신을 자책해봐도 소용없네요. 선생님이 던져 주신 화두를 곰곰히 되새겨 보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되새겨 봐도 어느 하나도 자신이 없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내 나이가 인생의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데 내 삶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효 (孝)와 경(敬), 그리고 겸손( 謙遜)을 아는가?"
"그대는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을 해 보았는가"
"그대는 아직도 삶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는가? "
"너는 지금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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