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글 전라도 사람들의 놀라운 어휘 구사력 12, 감탄사나 부사들…겁 나게, 앗싸 나게 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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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1건 조회 907회 작성일 21-09-15 15:19본문
감탄사가 짧은 한 문장을 힘있게 한다.
페이스북이나 밴드 등 SNS의 글 또는 사진이나 영상을 감상한 후, 예컨대 감탄사를 붙인 댓글을 달면 상대방은 훨씬 기운도 나고 친근감을 더하게 된다. 단순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하기보다 ‘우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또는 ‘참말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하면, 상대방의 가슴은 금세 반응을 할 것이다.
감탄사나 부사에는 상대방의 기운을 일으켜주는 표현들이 있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표현과 부정적인 것이 있는데 긍정적인 표현은 남발할 만큼 써도 된다(형용사도 포함).
우리말 감탄사로는 앗싸, 야, 아이고, 아하, 어머, 어휴, 세상에, 엄마야, 이야. 오, 오호, 와, 우와. 으악, 악, 윽, 이런, 저런, 흠 등등이 있다. 이외 아따, 참, 참말로(부사), 되게(부사) 같은 사투리 같은 표준어 감탄사나 부사도 있다. 나는 ‘앗싸’에서 강한 기운을 느낀다.
전라도 사람들이 가장 자주 쓰는 감탄사가 ‘아따’와 ‘참말로’이다. 이 두 낱말을 함께 쓰기도 한다. ‘참말로’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과 조금도 다름이 없이 과연.’이라는 뜻인데, 앞장에서 이야기한 ‘아짐찮이’라는 말처럼, 전라도에서는 이를 사전적 의미와는 좀 다르게 쓴다. 고마워서 또는 미안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고마울 때 ‘아이고, 참말로…’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아따’와 ‘참말로’는 둘 다 표준어이다. 이와는 달리 오매, 함, 암만, 왐마 같은 감탄사는 비표준어인데 표준어로 등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아주 많다’라는 뜻의 ‘겁나게’가 왜 방언으로 등록되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겁이 날 만큼 많다’라는 뜻인데 말이다. 하지만 ‘강물이 겁 나게 불어났다’처럼 ‘겁 나게’를 띄어 쓰면 어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와우’가 국어사전에 감탄사로 등재되어 있지만, 이는 소를 다룰 때 ‘워워’ 하는 감탄사이고, 우리가 쓰는 ‘와우’는 외래어라는 사실이다. 영어 감탄사 WOW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못마땅할 때 쓰는 표준어 감탄사로는 니기미, 제미, 네기, 네미, 지밀할, 배라먹을, 넨장, 아나, 에라 등이 있다.
‘앗싸 가오리’라는 표현이 있다. ‘앗싸가오리’라는 상호를 단 맛집도 수두룩하다. 전라도 사람들은 가오리나 홍어를 아주 좋아한다. 된장을 발라 회로 먹어도, 쪄서 먹어도 이들만큼 맛있는 생선도 드물 것이다. 낚시하다가 가오리가 올라오면 ‘앗싸 가오리’라는 탄성이 절로 나지 싶다.
일상에서도 감탄사를 자주 사용하면, 매사 감사하며 사는 삶과 같다. 기분이 조금만 좋아도 ‘앗싸’ 하고 외치면 그 기분은 배가 되고, 마음 상하는 일에도 ‘앗싸’ 하고 외치면 어둠이 금세 걷히게 될 것이다. 거울을 보며 자꾸 웃는 연습을 하거나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살아가면, 내면의 기운이 충만해지므로 낯빛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처럼, 사소한 일에도 크게 감탄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영혼조차 기쁘게 한다.
문정희 시인의 ‘동백꽃’이라는 작품에는 이런 시구가 있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허공에 한 획을 긋는/단호한 참수”
동백꽃의 낙화를 묘사한 시구인데, 나는 이 시구가 마치 감탄사를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양 시인의 작품 ‘토막말’에서도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이라는 문장(일종의 감탄 표현으로 본다) 하나가 시 전체를 지배하고, 김영랑 시인의 ‘오매 단풍들것네’에서도 ‘오매’라는 감탄사 하나가 시 전체의 에너지가 되고 있다. 참고로 김영랑 시인은 전남 강진, 정양 시인은 전북 김제, 문정희 시인은 전남 보성 출신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도 ‘감탄’을 잘하는 데서 기인한 부분도 있다. 가슴이 벅차서 무언가 표현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표현이 안 떠오를 때, 짧은 감탄사나 부사나 형용사로 대신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가장 강렬한 감탄사는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죽인다’, ‘죽이네’, ‘죽여주네’일 것이다. 요즘에는 ‘쥑인다’로 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탄사’로써 이들은 사전에 없는 비문이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명사로 ‘지기’라는 말이 있다. 한문이 아닌 우리말인데,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분위기’를 뜻한다. 사물이나 어떤 대상이 감동적이어서 어떤 일이 벌어질 거 같은 분위기를 느낀다면 이를 ‘지기 인다’로 활용할 수 있겠고, ‘지기 인다’를 줄여 발음하면 ‘지긴다’ 또는 ‘직인다’로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는 일상에서도 ‘앗싸’를 외치고, SNS 활동을 하면서도 감탄사를 남발하자.
일어날 때부터 앗싸 하며 외치고, 술 한 잔 하자 해도 앗싸 하고, 작은 선물을 받아도 앗싸 하고, 오늘 하루 니기미 같은 기분이었어도 앗싸 하자. 그것이 감사하는 삶이요, 서로 기운을 북돋우는 일이다.
‘신나다’의 활용어는 ‘신나게’이다. 여기의 ‘나다’는 ‘흥미, 짜증, 용기 따위의 감정이 일어나다.’의 뜻이다. ‘신’ 대신 ‘앗싸’를 붙여 띄어 써보자.
‘앗싸 나게’
‘다가오는 추석 기쁘고 행복하게 보내십시오’를 ‘다가오는 추석 앗싸 나게 보내십시오’라고 표현해 보면 어떨까. ‘아싸나게’, 발음도 좋다.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붉은 감탄사, 앗싸’
오늘도 앗싸 나게 보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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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앗싸! 감탄사와 부사에 대한 공부 열심히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