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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소설가들 작은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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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래여 댓글 6건 조회 924회 작성일 22-02-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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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 작은 모임

       박래여

 

 소설집 한 권 묶었더니 경남 작가회 소설가들이 모이잔다. 오붓해서 좋다. 출판기념회는 아예 할 생각도 없는데 축하 겸 얼굴보자니 아니 반가우랴. 소설집을 묶긴 했지만 나이 탓인지 생각만 많아지는 나날이다. 소설가로 이름 올린 지 이십 년이 넘도록 작가란 이름만 달고 있다가 뒷북 친 것 같아 괜한 짓 했다.’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누구에게 보내야 할지 선별하기도 힘들어 생각나는 몇몇 선생님과 문우에게만 보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샀다는 지인도 여럿이다. 책 보내는 것도 짐이 된다. 막상 책을 받았다는 소식과 받자마자 읽었다며 쓴 감상평을 받으면 긴장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경남 작가 회 소설가들이 뭉치자고 연락이 왔다. 고마웠다. 부산, 하동, 창원, 합천, 의령,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작가가 한 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다. 망설이지 말자. 우리는 모여야 한다. 오미크론이 만연해도 모이자. 우린 모두 3차 백신까지 맞았으니 괜찮다. 코로나 펜데믹 시절이라 모두 정이 그리웠던 것은 아닐까. 모두 그리운 사람들, 소설가란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모임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그렇게 모였다. 합천 작가님 댁에서.


 소설책 출간 축하자리는 첫 번째 우리 고장 두 시인이 축하해 줬다. 두 번째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소설가 몇이 뭉쳤다. 세 번째는 농어촌여성문학회 경남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전생에 지은 복을 이생에서 다 까먹고 있는 것 같다.’는 농부의 말이 맞다. 나는 주는 것도 없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받고 누리고 사는 것 같다. 이생에서 복을 지어놔야 다음 생에 받을 텐데.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사는 것은 아닌가. 자문할 때가 많다. 주변사람들로부터 물질적 정신적 도움도 많이 받고 귀염도 많이 받는다. ‘당신은 인복이 많아 좋겠다.’는 농부의 말에 수긍할 때가 많다.


 우리는 그렇게 모였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합천 작가님 별장에서. 꽃다발, 와인, 케이크, 오리백숙으로 식탁은 푸짐했고 소설쓰기는 안주가 되어 이야기꽃을 피웠다.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은 지루할 새가 없다. 오후는 금세 저물고 저녁까지 먹었다. 저녁은 합천 작가님이 샀다. 갈비구이로 포식을 했다. 창원 작가도 지난해 소설집을 냈다. 덕분에 우리는 공동으로 축하를 받았다. 봉투까지 준비해서 준다. 잔뜩 얻기만 하고 돌아온 날이다.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은 촌지도 보내주셨다. 늦은 소설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우리 집까지 먼 길 와서 나를 태우고 오간 창녕 작가에게도 고맙고, 오랜만에 휴가를 받았다며 소설 출판기념회 하자고 불러준 하동 작가도 고맙고, 케이크와 봉투 준비까지 해 온 부산 작가도 고맙고, 별장 통째 빌려주고 자릿세로 저녁까지 거하게 산 합천 작가님도 고맙기만 하다. 오붓한 소설가들 모임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변죽도 잘 울리고 편한 자리라 더 좋다. 아쉬운 것은 젊은 소설가가 두어 명 끼었으면 더 활기차지 않을까하는 의견 내 놓고 호쾌하게 웃었다. 젊은 작가들 끼면 지금처럼 편한 모임이 되기 어렵지 않을까.


 나이 든다는 것은 너그러워진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반명 더 나이 들면 너그러움이 아집으로 바뀌기 쉽다고도 본다. 잘 늙어야 할 일만 남은 것 같다. 죽은 감성을 살리는 일은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소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잘 먹고 잘 놀고 온 하루였다.


 일전에 장편 구상했다가 단편으로 마무리 지어 동인지에 발표했던 타래난초를 찾아서를 다시 장편으로 쓰고 싶어졌다. 참 애착을 가지고 자료조사며 현지답사를 했었지만 장편 공모전 관활 관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함으로써 미완성으로 그친 작품이었다. <황금 칼을 쥔 여인>이란 제목만 생각나 문서란을 뒤졌지만 자료수집 해 둔 것만 있다. 다시 구상을 하면 생각나무 한 그루 자라날까. 애착을 가졌던 것이기에 기억 속에 내장된 것들이 어느 날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순수하게 같은 길을 걷는 도반들의 모임은 각별한 맛과 멋이 있을 것만 같네요.
오랜동안 연을 맺고 교류한 지기 이전에 같은 길을 가며 느끼며 고민하고 맛보는
환희의 세계에서 만남이기에...

그런 좋은 자리를 통해 더 많은 동기 부여를 받기를 기원합니다.

"풍등에 걸린 염주" 정독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읽을 생각입니다.
늘 보람되세요.

박래여님의 댓글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네 선생님, 소설 쓰는 사람들이라 오가는 대화가 재미있어요.
나잇살 있으니 거치적거릴 것도 없이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어 편하고 좋은 자리였어요.
가끔 한번 씩 모이는데 코로나로 통 못 만났거든요.
모두 대화가 필요했지 싶어요.^^
저도 선생님 수필 읽고 있어요.^^
아내 사랑이 넘치는 수필집이구나 싶었어요.^^

김언홍님의 댓글의 댓글

김언홍 작성일

작가 모임 부럽네요.
양평에도 소설 작가들의 모임 결성했다가 흐지부지 됐네요.
처음엔 열성적이다가 시간 흐르니 점점 모임이 흐터지더라구요.
 샘의 글을 읽고 다시 한번 시도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장편소설 내보려고 저도 요즘 글 다듬는 중인데 머리도 늙었는지 회전이 잘 안되네요.
샘한테 필 받아서 용기 한 번 내볼랍니다.
만난 적은 없어도 늘 친근하게 느껴지는 래여샘, 건필을 빕니다.

박래여님의 댓글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언홍 샘 소설 재미있어요. 장편 다듬는 중이라니 대단하세요.^^
저도 그래요. 우리 테마수필 팀은 안 만나도 만난 것처럼 친근해요.^^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박래여 선생님 소설집 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동료 작가들과 좋은 시간 가진 것도 축하드립니다.
이곳에도 좋은글 종종 올려주세요.
저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박래여님의 댓글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고맙습니다. 선생님, 늘 여기 들어오면 선생님 수필 읽습니다.
진솔하고 따뜻해서 좋아해요.^^
제 책은?
해드림 사장님 어떻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