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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왜 나만 생각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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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래여 댓글 4건 조회 827회 작성일 22-03-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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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생각할 수 없을까.

       박래여


 

 너른 집에 혼자라는 것이 묘한 이질감을 준다. 혼자 잘 노는 여자라고 평이 난 나지만 농부와 자가 격리 중에는 온종일 붙어살았다. 확진자랑 한 방에 자고 삼시세끼 먹고 같이 영화보고 뉴스를 들었다. 간도 크단다. 코로나에 걸리려면 진작 거렸지 싶다. 어쩌면 먼저 가벼운 감기몸살기로 앓아버렸는지 모른다. 코로나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이후로는 감기 기운도 사라졌다.


 농부가 병원에 실려 가고 집안 환기와 대청소는 필수였다. 오물 처리까지 말끔하게 해 놓고 농부의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구토증상도 가라앉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들이 더 걱정이 되어 병원으로 남편의 손전화로 안부를 물어본 모양이다. ‘아버지는 걱정 마시고 엄마 몸 상태 체크 잘 하세요.’하면서도 아침이 되니 또 전화다. 밥은 자셨느냐. 몸은 괜찮으냐고 묻는다. ‘이상 무, 걱정마라.’ 목소리 들으니 괜찮은 것 같다고 하면서도 불안한 모양이다.


 농부가 없는 주말, 시아버님의 죽겠다는 전화를 받고 삼촌은 먼 길을 마다 않고 왔다. 효자 집안에 효자 난다는 말은 틀리지 않는다. 집안 내림이라 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두 노인은 신경 안 쓰도 되겠다. 삼촌이 전화를 했다. 두 어른 상태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한다. 자식에게 어리광 부리는 낙으로 사시는 어른인 걸 어쩌랴. 시아버님 연세쯤 되면 당신 몸 생각만 하지 자식 위할 여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홀가분하게 마당을 걷는다.


 멀리서 뻐꾸기가 울고 가까운 소나무 우듬지에서 까마귀가 운다. 음식 찌꺼기를 갖다가 통 위에 올려놓는다. 큰 새, 작은 새 번갈아가며 눈치껏 먹이사냥을 한다. 까마귀는 왜 울까. 까마귀 울 때는 작은 새들 울음소리는 가라앉는다. 봄빛이 다복하게 앉은 마당에서 파릇한 새순들이 보인다. 냉이 꽃 몇 개를 딴다. 벌통이 사라진 사랑채 앞이 허전하다. 치워야 할 것들이 널렸지만 농부가 없으니 일손이 아쉽다. 마음고생 심한 농부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병원에서 몸조리 잘 하고 왔으면 싶다.

 

 마당을 몇 바퀴 돌자 등에 땀이 난다. 무리하지 않게 운동을 끝내고 들어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를 다시 읽는다. 스님의 글은 읽어갈수록 마음과 몸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문장마다 편안하고 잔잔한 선율이 흐르는 것 같다. 명 수필의 묘미 아닐까. 언제 읽어도 현실 같은 느낌을 주는 글, 내가 숲속에 앉아 사색하는 느낌의 글, 잔잔한 호수에 사르르 비치는 은파 같고 잔물결 일으키는 바람 같다. 나도 이런 수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 수필을 읽으며 삼매에 들 수 있다는 것이 감동이다.


 그래, 나도 시간관념 없이 배고프면 먹고, 먹기 싫으면 굶고, 하고 싶은 것만 하자. 마당을 돌다가 쭈그리고 앉아 냉이 꽃도 따고, 주름잎 꽃도 따고, 매화가지도 꺾어 세숫대야에 담아 동동 띄워놓고 개구리 알 건지러 가자. 개구리 알이 약이라고 했다. 오줌싸개 즉 야뇨증 아이들에게 먹이면 효과를 본다고 했던가. 오지랖 넓었던 할머니의 민간처방은 아니었는지.


 올해는 그 흔한 개구리 알을 아직 못 봤다. 개구리가 울지 않는다. 아래 저수지에 수달 가족이 산다더니 우리 집 저수지에도 다녀가나 보다. 개구리가 사라져버린 것일까. 개구리들의 합창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어쩌면 농부가 퇴원하는 날 개구리들이 합창으로 반겨줄지 모르겠다.


 마침 아들의 전화가 왔다. 아들이 보호자로 등록 된 모양이다. 농부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내일쯤 퇴원해도 된단다. 간 김에 한 열흘 쯤 푹 쉬다 오면 좋을 텐데. 산그늘에 혼자 있는 아내, 두 어른 때문에 퇴원을 서두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이럴 때 당신 자신만 생각해. 집에 올 생각 말고 푹 좀 쉬어.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다 내려놓아 버려도 돼.’ 그러고 싶은데 전화기는 꺼져 있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부군이 코로나19에 감염되셔서 병원에 입원하여 결리 치료를 받으셨군요. 그런데 한 집 한 방에서 함게 기거해도 감염되지 않았으니 불행 중에 다행 이로요. 제 가 아는 분 한 분은 지난해 감염되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달포 이상 중환자실과 격리병동을 오기며 고생했다는데 정말 다행 입니다. 요즘 코로나19가 부쩍 심하네요. 그러니 만약을 위해서라도 조심하세요.

박래여님의 댓글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나보고 신기하다네요. 온종일 마스크도 안 쓰고 같이 사는데도 코로나 안 걸린게요.^^
어쩌면 무증상으로 가볍게 넘어갔을 수도 있어요.
농부는 아직도 기운을 못 차려요. 일철인데 클 났어요. 쩝.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금슬 좋은 선생님^^

박래여님의 댓글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샘, 금슬 하나도 안 좋아요. 서로 속으로 엄청 미워하고 산다고 생각하심이.ㅋ
둘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상대방을 아프게 못하니까 참는 것 같아요.
응어리가 자꾸 딱딱해져 문젭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