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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7월의 야외 출판기념회, 뜨거워도 괜찮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2건 조회 653회 작성일 22-07-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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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야외 출판기념회, 뜨거워도 괜찮아

-이승훈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나는 습관처럼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살핀다. 7월 장마가 시작된 이후, 다시 그녀를 볼 수가 없다. 찌뿌둥하게 부윰한 그녀의 빈자리에서는 고질적인 삶의 외로움이 발적을 하고, 그리움은 찬물때처럼 차오른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단한 삶을 위안받고 숙명처럼 이루어야 할 꿈을 다독이며, 청처짐한 희망을 곧추세우곤 하였다.

지난해 늦가을 즈음이었을까. 그녀는 긴 겨울 여행을 떠났다. 겨우내 나는 희미해져버린 그녀의 여운을 아쉬워하며 쓸쓸히 베란다를 서성거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한창 물오른 무렵인, 부활절 즈음에서야 여행을 마친 그녀를 창가에서 빼꼼히 마주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다시 그녀의 붉은 기운을 호흡하며 부활의 꿈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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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하늘을 찬란하게 채색하며 메마른 영혼을 붉게 물들이곤 하던 아침노을은 해드림출판사 해드림의 생명이기도 하다. ‘해드림해들임을 해야 기운이 펄펄 나기 때문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해들임이 허약한 겨울을 몹시 싫어한다.

한동안 아침노을과 석양 영상을 찍으며, 노을은 가장 뜨거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노을에게 운명처럼 빠져들었지만, 겨울과 봄에는 감전될 듯 짜릿한 노을을 보기 어려웠다. 해드림 창가에서, 해는 봄이면 매일 왼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며 떴다가 어느 임계점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떴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동살은 사라졌다. 해가 지는 자리도 마찬가지다. 해가 뜨는 곳이 동쪽이라면, 또한 해가 지는 곳이 서쪽이라면 지구의 자전으로 동쪽과 서쪽은 항상 변한다는, 지극히 이 평범한 사실을 노을 영상을 찍으며 지켜볼 수 있었다. 마을 앞산에서 떠올라 서산으로 기우는 해를 보며 자랐던 나는, 뒷산에서 해가 뜨던 마을이 생경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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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 수동면 지둔리에는 해드림펜션이 있다. 수동계곡이라고도 불리는 숲속이다. 해드림펜션 이름은 해드림출판사 이름을 본 따 지었다. 따라서 해드림이 지닌 의미도 좋든 싫든 그대로 스며 있다. 지난 79일 토요일 11, 그곳에서는 해드림출판사에서 출간한 김희창 저자의 자전 에세이집 [무궁화 꽃이 피면]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북콘서트가 독자들 앞에서 저자와의 대담이 중심이라면, 출판기념회는 말 그대로 책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왜 하필 우리는 땡볕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이때 출판기념회를 하였을까. 더구나 언제 소나기가 쏟아질지도 모를 장마철 야외에서.

해드림의 해는 뜨거움을 상징한다. 이 뜨거움은 열정과 꿈과 희망이 구성요소이다. 해드림은 해들임이기도 하는데, 해들임으로 빛을 채워 세상 어두운 곳을 비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 책의 세상은 어둡다. 전국적인 대형 서점과 대형 총판이 부도를 낼 만큼, 우리나라 사람처럼 독서를 멀리하는 나라도 드물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펜션 해품달]이라는 책도 해드림출판사에서 출간하였다. 펜션을 스토리텔링 한 이야기로 꾸민 책인데, 거의 1년 전인 2021717일 토요일 오전 11, 강릉시 사천면 해품달 펜션에서 야외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작년 그날은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져 모두 근심의 도가니로 몰았으나 끝내 비가 그쳐 즐겁게 잔치를 즐기며 출판기념회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뒤풀이도 밤늦도록 이어졌다. 이 해품달 펜션에도 해가 담겨있다.

내 삶은 뜨거운 운명인지도 모른다. 음력이긴 하지만 나는 한창 뜨거운 7월생이고, 해드림출판사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편집장 생일도 나와 같다. 두어 달 전 우리는 [육십, 뜨거워도 괜찮아]라는 이명지 에세이집을 출간하였다. 주변의 격찬을 받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이 수필집 이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육십, 뜨거워도 괜찮아]도 해드림과 함께할 뜨거운 숙명이었을 것이다.

 

해드림펜션 출판기념회를 찾은 귀인들은, 너희만 뜨거우면 되지 왜 애먼 사람들을 뜨거운 데서 고생시켰냐 할지 모른다. 모르긴 해도 그날 오신 귀인 모두 하늘의 뜨거운 축복을 받게 될 줄 안다.

김희창 저자의 [무궁화 꽃이 피면]의 출판기념회는 저자의 간절한 바람에서 이루어졌다. 더구나 이 책 내용이 저자가 살아온 질곡의 자취소리여서 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또한 이 책은 탄생하기까지 3년여 시간이나 걸렸다. 출판사 운영자인 내가 직접 저자와 오랜 미팅을 거쳐 만든 책이기도 하다. 이미 2년 전 출간되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출판기념회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대부분 출판기념회는 저자 스스로 알아서 준비하고 진행한다. 나는 초대 받으면, 출판사 대표로서 그저 가서 축하 인사 정도 건네는 데 그친다. 하지만 김희창 저자는 문단 활동을 거의 안 하는 터라, 출판기념회를 어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니 내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못 한다고 거절하면 그것으로 끝날 일이지만, 저자의 간절한 바람을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결국, 저자의 따님들을 비롯해 행사 진행자들과 귀빈들을 고생시키며 해드림의 뜨거운 축복을 강제로 퍼부어준 셈이다.

 

무엇보다 해품달 펜션 출판기념회 때처럼 폭우가 쏟아지면 어쩌나 근심스러웠다. 친한 수녀님과 기도발 센 자매님께 메시지를 보내 비 좀 안 내리게 해달라고 기도를 부탁할 정도였다. 하늘은 연일 비 먹은 구름이 뒤덮여 있었지만, 해드림이 쏟아내는 뜨거운 축복은 무탈하게 이루어졌다.

행사장이 되었던 펜션 마당은 깔끔하고 멋지게 꾸며졌다. 펜션 대표인 김희창 저자가 미리 정리 해두었을 뿐만 아니라, 감각이 뛰어난 셋째 따님이 여느 야외 행사장 못잖도록 품위 있게 장식을 해준 덕분이었다.

축사를 해주기로 미리 약속을 해 둔 세 분이 전날과 당일 모두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아무 때나 마이크를 건네도 사전 원고 없이 축사를 해줄 위치의 두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사와 축가 그리고 낭송과 낭독을 해준 분들, 사회와 음악을 맡아준 분들, 둘째 따님을 비롯해 늦게까지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준 분들, 뜨거운 여름날 먼 곳까지 찾아와 자리를 빛내준 귀빈들의 존재감으로 [무궁화 꽃이 피면]의 출판기념회는 그 의미를 충분히, 그리고 영원히 남길 수 있었다. 사실 땡볕에도 행사를 무릅쓴 배경에는,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전 대한항공 수석기장 출신 선배와 국방부 군악대 팡파르 대장인 후배와 K 원사, 바리톤 P 교수가 버티고 있었다.

행사는 아무리 잘 치러도 끝나고 나면, 다녀간 분들에게 미안함이 남게 마련이다.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이 남아 무거운 빚을 진 기분이다. 해드림출판사를 이끄시는 하느님께서 나 대신 모두에게 그 아쉬움을 채워주실 줄 믿는다.

 

책은 지성의 상징이라는 철학으로, 나는 출판사를 운영한다. 스마트폰이 인간의 영혼을 지배해 가는 이즈음, 출판기념회는 책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일이요, 책을 더욱 생기 있게 하는 행사이다.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출판기념회는, 가족 간 사랑을 돈독게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무궁화 꽃이 피면] 출판기념회에서도 가족의 참된 가치를 눈여겨 볼 수 있었다. 귀여운 손녀들까지 함께한 이번 행사가, 형제간 띠앗의 때깔이 한층 고와지는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올가을, 나도 구순 어머니를 모시고 출판기념회를 해볼까 고려 중이다. 어머니를 소재로만 한 원고를 한 권 분량 준비해 두었다. 책이 어머니의 존재 가치를 가장 높여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껏 당신의 미소를 빼앗으며 살아왔을 뿐, ‘어머니의 자리를 한 번도 빛내드리지 못한 회한이 크다.

 

온종일 비가 세차다. 혹여 오늘 밤 비가 그치면, 내일 새벽 여의도 하늘의 그녀는 내 모든 갈증과 그리움을 어루만지며 신비롭고 황홀하게 나의 육안과 심안과 영안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요, 그러면 나는 또 풀기 잃은 꿈을 찬란하게 채색할 것이다. 노을이 물러가고 동살이 퍼지면 사무실을 가득 채운 화초들이 창가로 까치발을 하며 해들임을 할 것이다.

사계 중 이즈음은 해들임하는 시기, 나의 분신 해드림은 뜨겁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남양주 수동에서 좋은 출판기념회가 개최되는 덕분에, 두 해 이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갇혀지내던 영어의 몸에서, 자유로운 나들이를 했습니다. 심산유곡의 정취도 좋았고 여러 지인들과 조우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가는데 대략 8시간 안팎이 소요되었지만 그게 대수인가요. 하여튼 초대해 주셔서 고맙고 신나는 이틀 이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보람되세요. 무더운 여름 입니다.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교수님이 계셔서 무난하게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거 같아 송구할 뿐입니다.
다시 한 번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